난생 처음 경매 입찰 참가(공동입찰 상세 절차, 세세한 후기, 끝나는 시간) 및 서울동부지검 구내식당 후기

 
 

인생 처음으로 경매 참가, 조합원 지위 승계 물건을 노리다

 
나는 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금융기관에 종사하기 때문에 "배당"을 받으러 법원에 간 적은 정말 많다.
이미 매각된 물건을 나눠갖는 후단의 절차만 알았지, 실제로 경매에 참여한건 처음이다.
 
그정도로 매력적인 부동산이 있어서 용기를 내어 참여해보기로 했다.
해당 부동산은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를 갖고 있는 채무자의 물건이었고, 국가나 금융기관이 경매 신청자는 아니나 채무자가 1세대 1주택자의 요건을 만족하여 경매 낙찰을 받으면 예외적으로 조합원의 지위가 승계 가능한 물건이었다.
 
여기서 리스크가 없는건 아니기 때문에, 매각기일 조서, 매각물건명세 등을 꼼꼼하게 따졌고,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근처 부동산에 탐문도 가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로톡으로 변호사 상담까지 다 받았다.
 
결론은 리스크가 0은 아니지만 95%정도는 우리가 낙찰받는다면 조합원 권리가 승계 가능하고, 다만 리스크가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는다면 충분히 매력있다고 생각했다.
 
리스크는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시세와 가까운 가격으로 입찰하고 싶진 않았다. 리스크가 있으면 가격이 그만큼 떨어지는 건 당연하기 때문에.
 

구름 한점 없는 봄날, 경매고 뭐고 회사 휴가 내고 그냥 나들이 온거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좋았다. 그저 이 좋은날 회사 사무실에 앉아있지 않은 것 만으로도 리프레시 된다.
 

서울 동부지법이 있는 문정동은 주변에 비행장이 있어 그런지 상공에서 비행기가 매우 자주, 크게 보인다.
 

입찰법정. 101호

나는 항상 이 입찰법정에서 배당을 받기 때문에 이 장소 자체가 긴장감을 주진 않았는데, 남편은 법원 자체가 처음이라 굉장히 떨렸다고 한다.

 
 

공동입찰 기일입찰표 작성 방법

 

입찰자가 개인인 경우, 공동인경우, 법인인 경우 나눠서 세세하게 안내가 되어있다. 이대로만 따른다면 별 문제없이 경매 입찰을 할 수 있다.
 
나는 위임장을 작성하지 않고 둘이 함께 공동입찰을 하러 간 케이스인데, 그 경우는 자세한 가이드가 없어서 아쉬웠다. 다행히 네이버에 직접 입찰자가 참석하는 공동입찰의 경우에 대해 어떻게 입찰조서 등을 작성하는지 자세히 안내되어있는 블로그가 있어 그걸 그대로 따라했더니 큰 문제는 없었다.
 
경매 공동입찰서류 정확하게 쓰고 싶다면? (경.. : 네이버블로그

경매 공동입찰서류 정확하게 쓰고 싶다면? (경매 공동입찰 주의사항)

내가 참고한 블로그는 위 링크 참조
 

경매 입찰 그 후 낙찰까지 디테일 후기

 
가이드에 따라 입찰을 하고 기다리면, 법원 직원분들이 분주하게 사건별로 입찰표를 분류한다. 경매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은 입찰법정에서 본인의 사건이 나올때까지 기다린다. 나는 이 입찰법정이 이렇게 서있을 틈도 없이 꽉 찬건 처음본다.

입찰 시작은 10시, 마감은 11시10분
 
우리가 갔던날 사건이 총 80여개 정도 됐는데 입찰 마감 후 우선 사건별로 입찰표를 분류한다. 분류가 모두 끝날때까지만 한 30분 정도 걸렸다.
 
모두 분류가 끝나면 빠른 경매 계 순서(1계부터), 가장 오래된 사건번호 순서대로 사건을 호명하고 그 자리에서 입찰표를 까서 최고가 매수인, 차순위 매수신고인, 가격 등을 호명한다. 
 
다행히 우리는 가장 처음 호명한 사건번호였기 때문에 분류하는 시간동안만 기다렸다. 입찰이 시작된 10시부터 총 2시간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사건이 뒤로갈수록 입찰자도 많고, 사건 수도 많기 때문에 나중에 호명한 사건은 2~3시간 정도 기다렸어야 했을 것 같다.
 
우리는 아쉽게 경매에 낙찰받지 못하였다. 조합원 승계 리스크가 있어 현금청상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감정가의 약 90%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여 그만큼을 제출했는데, 감정가 대비 조금 높게 입찰한 사람이 낙찰 받았다.
감정가 11억, 호가 14억인 물건에 한사람은 13억 넘게, 바로 후순위는 12억 조금 넘는 가격을 입찰했던 것이다. 13억 넘게 썼던 사람은 당연히 낙찰자가 되어야하는데 대리인이 입찰하는 과정에서 인감증명서 등 서류 미비로 탈락처리 되었다.
 
결국 12억 조금 넘는 가격의 입찰자가 낙찰받았고, 그 다음이 우리였는데 그 입찰 가격과 우리의 입찰가격이 너무 큰 차이가 나서 차순위매수신고 자격도 안됐다.
 
낙찰이 되지 않더라도 입찰보증금을 받기 위해서는 입찰자 모두가 신분증을 다시 제시해야한다. 그래서 공동입찰하러 간다면 사건이 끝날때까지 공동입찰자 두명이 경매법정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나는 왜 이렇게 리스크가 있는 물건에 감정가보다 더 높고 호가와 별로 차이나지 않은 가격을 입찰했던 것일까 의문이었는데, 그 의문은 풀렸다. 
 

경매 후기와 새롭게 안 사실들(한국 경매시장의 현실)

 
입찰하는 과정에서 조금 놀랐던 것은 대리인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경매 입찰을 하는데 왜 대리인을 쓰지? 라고 생각을 했다. 엄청난 재산을 투자하는 것이고 이렇게 큰 일을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다들 그렇게 많은가 의문이었다. 우리가 입찰했던 사건번호도 가장 큰금액, 그다음금액을 쓴 사람 둘이 대리인이 참석했다.
 
경매를 끝내고 동네 부동산 사장님과 얘기를 해보니, 경매 컨설팅 업체를 보통 많이 쓴다고 한다. 경매 컨설팅 업체에서 권리분석을 해주고 어느정도 가격이면 낙찰받을 거 같다고 입찰가격을 제시한 다음, 대리인 자격으로 입찰을 하여 기본 보수, 낙찰받은 경우 성공보수를 받는다고 한다.  그럼 당연히 경매컨설팅 업체는 본인들이 성공보수를 받으려면  높은 가격에 입찰하도록 유도할 것이 아닌가?
 
경매법정에 왜그렇게 꾼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았는지, 왜 이렇게 리스크 있는 물건도 시세와 많이 차이가 안나는 가격으로 낙찰받았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일생 피땀흘려 모은 재산을 쏟는데 스스로 권리분석을 하고 혹여나 있을 리스크를 찾아내서 그걸 산정하여 경매에 입찰하는 것은 정말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통상 경매로 사는 물건이 매매보다는 조금 더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있다. 그러나 이런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시세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가격으로 낙찰을 유도하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니, 조금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서 권리분석하고 조합원 지위승계에 대해서 공부하는 동안 많은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으나 누구 하나 뚜렷한 솔루션을 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사건이 대법원 판례로 딱 들어맞지 않는 이상 조금의 리스크는 있음은 감수해야하고, 그걸 감안하여 가격이 통상 더욱 낮게 형성되는 것인데, 이런 요인 때문에 매매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구나 납득이 되었다.
 
5명이 입찰한 사건에서 우리가 3번째로 높은 가격을 썼는데 우리보다 더 높게 쓴 두명의 입찰자가 대리인을 통해 입찰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것이다.
 
이번 경매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고, 경매가 그리 어렵지많은 않은 것이구나 마음속 장벽을 조금 걷어준것 같다. 틈틈히 좋은 물건이 나오면 경매에 참여해봐야겠다.
 
 

번외. 동부지검에서 식사

 
서울동부지법, 서울동부지검 모두 구내식당이 별도로 있는데, 법원은 사람이 많다고 하기도 하고 외부인 식사 시작시간이 12:10으로 조금 기다렸어야 했어서 동부지검으로 갔다
동부지검은 외부인 식사시간 제한이 없고 일괄 11:30부터 시작이고, 사람도 덜 북적인다고 한다.
 

별관에 식당이 있다고 들은것 같은데 이 건물 기준 오른쪽에 식당이 있다고 한 포스팅을 보고 오른쪽 건물로 갔으나 찾지 못하였다. 건물 주변을 삥 돌고 이리저리 찾다보니 1층에 구내식당 같이 생긴 곳이 있어서 들어갔다. 건물 뒷쪽으로 가면 놀이터가 보이는데 놀이터 바로 앞에 식당이 잇었다. 돌다보면 찾기 어렵진 않은 곳에 있다.

구내식당 가격 6,000원

고물가 시대 완전 혜자스러운 가격과 메뉴구성도 너무 만족스럽다. 아마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리만큼 적자를 보전해주니 이런 가격에 이 퀄리티가 나오지 않을까.
 
아쉬운 경매를 뒤로하고 밥을 실컷 먹고 나왔다.